"이번 총선에서 국민의힘 찍는다."
정부가 지난 21일 발표한 대주주 양도소득세 완화 방안과 관련해 한 인터넷 커뮤니티에 올라온 글이다. 최근 개미(개인 투자자)들은 자본시장에 대한 정부의 조치를 내년 4월 국회의원 총선거와 연결지어 언급하는 경우가 많다. 이를 간파한 정치권은 개미의 요구에 부응하는 정책을 연이어 내놓고 있다.
증권가에서는 정부와 정치권의 이런 '핀퓰리즘'(파이낸셜 포퓰리즘) 정책에 대한 우려의 목소리가 높다. 자본시장의 제도와 원칙이 정치적 이해관계에 따라 좌우되면 시장 안정성을 해쳐 결국 모두가 손해를 볼 수 있다는 이유에서다.
막상 발표하고 보니 이 방안에 대한 개인 투자자의 여론이 좋지 않았고, 그러자 이 문제는 정부와 정치권에서 더 이상 거론되지 않는 분위기다. 이후 금융당국은 무차입 공매도 적발을 위한 전산시스템 구축 문제만 다루고 있다. 증권가 관계자는 "상환기간과 만기 문제에 대해서는 금융당국이 추가 검토를 멈추고 국회 논의를 지켜보는 중"이라고 말했다. 증권가는 이를 "금융당국이 이 개선안 추진을 사실상 중단했다"는 뜻으로 받아들이고 있다.
금융당국은 같은 달 20일께 홍콩H지수 주가연계증권(ELS)의 불완전판매 문제를 꺼내 들었다. 기초자산 급락으로 이 ELS가 무더기 손실 위험에 처하자 "판매 금융사가 투자자에게 손실 위험 등을 제대로 고지하고 가입시켰는지"를 놓고 대대적인 조사를 벌이고 있다. 가능한 경우 금융사가 투자자에게 손실을 보상하도록 압박하겠다는 뜻으로 금융권은 받아들이고 있다. 한 증권사 임원은 "키코(KIKO) 사태 때도 소송이 많이 제기됐지만 투자자가 승소한 경우는 별로 없었다"며 "여론을 의식해 무리수를 두는 것 같다"고 했다.
다만 정부의 이번 제도 개선에 공감하는 사람도 "이 조치가 내년 총선을 겨냥한 것"이라는 의견에는 동의하는 분위기다. 한 증권가 관계자는 "금융위기가 발생한 것도 아닌데 자본시장과 관련된 이례적 조치를 이렇게 연달아 내놓는 경우가 있었는지 금시초문"이라며 "우리나라 개인 투자자 수가 1400만명에 달한다는 점, 곧 총선이라는 점을 언급하지 않고는 최근 상황을 설명하기 어려울 것"이라고 했다. 다른 관계자는 "시장이 이렇게까지 권력의 시녀가 된 적이 있었나 싶다"고 했다.
이런 행태를 견제할 방법도 마땅치 않다. 정부와 정치권이 워낙 강하게 드라이브를 걸다 보니 증권사들은 눈밖에 나지 않기 위해 이 문제에 대한 언급을 꺼리고 있다. 김주현 금융위원장이 공매도 금지에 미온적이었던 까닭에 경질될 것이라는 얘기마저 나돌고 있어 공무원들도 숨죽이고 상황을 지켜보고 있다. 여의도의 한 전문가는 "핀플루언서(파이낸셜 인플루언서)가 개미의 여론을 주도하며 이런 흐름에 기름을 붓고 있다"며 "주요 인물들은 개미 지지자에게 후원금을 받는데다가 신당 창당 방침까지 밝힌 상황이어서 자본시장이 점점 혼탁해지고 있다는 생각이 든다"고 말했다.
양병훈 기자 hun@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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